[중앙일보] 보령 머드로 대박낸 이 남자, 이번엔 천안 빵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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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보령 머드로 대박낸 이 남자, 이번엔 천안 빵으로 승부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불당동 뚜쥬루 제과점에서 빵을 소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빵빵데이’를 여는 등 빵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불당동 뚜쥬루 제과점에서 빵을 소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빵빵데이’를 여는 등 빵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간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보령해양머드박람회(머드박람회)에는 1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성공한 국내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머드박람회 모태는 1998년 대천해수욕장에서 시작한 머드축제로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몇 안 되는 한국의 축제로 꼽힌다. 머드축제는 박상돈(73·국민의힘) 충남 천안시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1994년 3월 대천시장(관선)에 부임한 그는 보령 지역 136㎞의 해안에 매장된 갯벌(머드·Mud)을 활용하면 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그해 5월 관사에서 미국 영화 ‘플레이어(Player, 92년작)’를 관람하던 중 여주인공이 호텔 머드탕에서 온몸에 머드를 바르며 목욕하는 장면을 보고 “바로 저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박 시장은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해수욕장 개발담당 직원을 불렀다. 그에게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주며 “머드로 이벤트를 여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머드 화장품과 머드 체험시설이다.

대박 상품인 ‘머드축제’를 만든 박상돈 시장이 이번에는 빵에 승부를 걸었다. 천안지역 특산물인 호두과자에서 착안, 빵 산업 발전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머드를 히트 상품으로 만든 지 30여 년 만이다.

천안에서는 1934년부터 호두과자를 만들어 팔았다. 경주 황남빵(1939년), 군산 이성당(1945년), 대전 성심당(1956년)보다 오래됐다. 인구 66만 명인 천안에 빵집이 360여 개나 되는 것도 호두과자 영향이 크다.

호두과자 재료나 제조과정은 빵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밀가루 반죽 노하우 등이 쌓이면서 빵집도 곳곳에 등장했다. 천안지역 전체 빵집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이다. 어느새 천안은 호두과자를 제치고 ‘빵의 도시’가 됐다.

천안시는 지난 9~10일 ‘2022 천안 빵빵데이’ 행사를 열었다. 행사일은 ‘0(빵)’이 두 번 겹치는 10월 10일로 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전국에서 5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가장 인기를 끈 건 빵지순례였다. 천안지역 빵집 100곳을 돌며 맛보고 체험하는 순례단은 100팀 모집에 전국에서 2400여 팀(7000여 명)이 신청했다. 가족 단위부터 친구·연인까지 다양했다. 박 시장은 순례단과 함께 빵집을 다니며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했다.

천안시는 지난해 ‘빵빵데이’와 ‘빵토피아’(로고 포함) 상표 출원·등록을 마쳤다. 박 시장은 천안에서 생산하는 밀과 팥·호두를 활용해 건강한 빵을 만들면 빵집은 물론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 시장은 올해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박 시장은 충남 지역 시장·군수에도 인기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자치단체장은 박상돈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동일 시장은 지난 7월 시장·군수 회의 때 박 시장에게 협의회장 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군인(육군 장교)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육사(28기)를 졸업한 그는 대위로 예편한 뒤 사무관(5급)으로 행정공무원의 길로 들어섰다. 유신 사무관은 1970~80년대 유능한 군인을 행정관료로 발탁하던 제도다.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에서 충남도로 자리를 옮겨 대천시장 등 3차례 관선 시장·군수와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그는 정계로 입문, 재선(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상돈 시장은 내년 8월 K-컬처 박람회를 시작으로 2026년 K-컬처 세계박람회 개최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박람회에서는 케이팝(K-POP)을 비롯해 영화·드라마·웹툰·패션·뷰티 등 한류 콘텐트를 담은 전시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천안은 유관순·이동녕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데다 민족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이 있는 도시”라며 “이런 인프라를 살려 대규모 국제 박람회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박상돈 시장은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년간 668개의 기업을 유치한 그는 앞으로 4년간 13개 산업단지와 3만9000여 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 방침이다.

짧은 재임 기간 박 시장은 교통 시스템 개선과 인프라 구축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다. 올해 3월 19일부터 수도권 전철과 천안 시내버스 환승 때 승객들은 전철 기본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결된 지 17년 만이다. 비수도권 지자체 최초로 심야버스 운행도 시작했다. 고질적인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2027년까지 국비 1조원을 투입, 외곽순환도로 4개(30㎞)도 건설할 계획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교통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 문화 활성화 등으로 천안을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신진호·김방현 기자 shin.jinho@joongang.co.kr